기저와 부분기저
위상을 생성하는 작은 조각들
개요 — 동기·문제의식
위상의 모든 열린집합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 표준위상의 열린집합은 비가산 개나 있다. 거리공간에서 이미 익숙한 해결책이 있다: 모든 열린집합을 ε-공들의 합집합으로 표현하는 것. 기저(basis) — 작은 '구성 블록' 집합 — 를 주고, 열린집합을 "기저 원소들의 합집합"으로 정의하면, 무한히 많은 열린집합을 유한하거나 다루기 쉬운 데이터(기저)로 압축할 수 있다.
부분기저(subbasis)는 한 단계 더 작은 데이터다 — 부분기저의 유한교집합이 기저를 만들고, 그 기저가 다시 위상을 생성한다. 두 단계로 분리하는 이유는 실용성이다: 곱위상을 정의할 때, "사영을 모두 연속이게 하는 가장 거친 위상"을 잡고 싶은데, 그 출발점(사영의 역상들)은 기저의 조건(교집합 닫힘)조차 만족하지 않는다 — 그래서 부분기저로 시작해 유한교집합으로 기저를 자동 생성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직관
기저원소를 "건축 블록"이라 생각하면, 기저의 조건 2(두 블록의 교집합 안의 점은 더 작은 블록으로 감쌀 수 있음)는 "블록들이 서로 매끄럽게 맞물린다"는 뜻이다. 이 조건이 없으면 "기저원소들의 합집합"이 합집합 공리(임의 합집합 닫힘)는 만족해도 교집합 공리(유한 교집합 닫힘)를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 — 두 기저 합집합의 교집합이 다시 기저원소들의 합집합으로 표현되지 않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조건 2는 정확히 이 위험을 막는 안전장치다.
부분기저는 한 걸음 더 느슨하다 — "건축 블록의 원재료"라 할 수 있다. 원재료 그대로는 서로 안 맞물릴 수 있지만(조건 2가 없음), 유한 교집합을 미리 다 만들어 버리면 자동으로 블록이 된다 — 두 유한교집합의 교집합은 다시 유한교집합이기 때문에 조건 2가 공짜로 성립한다.
정의
집합 $X$에 대해, 부분집합들의 모임 $\mathcal{B}$가 기저(basis)라는 것은:1 1. 각 $x\in X$에 대해 $x\in B$인 기저원소 $B\in\mathcal{B}$가 존재한다(덮음). 2. $x\in B_1\cap B_2$이면, $x\in B_3\subseteq B_1\cap B_2$인 기저원소 $B_3$가 존재한다.
$\mathcal{B}$가 생성하는 위상 $\mathcal{T}$: $U$가 열림 $\iff$ 각 $x\in U$에 대해 $x\in B\subseteq U$인 $B\in\mathcal{B}$ 존재. 동치로, 열린집합 = 기저원소들의 합집합.
부분기저(subbasis) $\mathcal{S}$: $X$를 덮는 부분집합들의 임의 모임(조건 2 불필요). $\mathcal{S}$의 유한교집합들(공집합인 경우와 $X$ 전체 — 빈 교집합 — 도 포함)이 기저 $\mathcal{B}_\mathcal{S}$를 이루고, 그 기저가 생성하는 위상이 $\mathcal{S}$가 생성하는 위상이다.
용어 주의: "기저가 위상 $\mathcal{T}$의 기저다"라는 말은 "$\mathcal{B}\subseteq\mathcal{T}$이고, $\mathcal{T}$의 모든 원소가 $\mathcal{B}$의 합집합으로 표현된다"는 뜻으로, "$\mathcal{B}$가 (홀로) 어떤 위상을 생성한다"는 것과 동치다 — 다만 "기저"라는 단어 자체에는 항상 모집단이 되는 위상이 따라온다는 점을 의식할 것.
주요 정리
정리 (기저 ⟹ 위상).1 기저 $\mathcal{B}$가 생성하는 모임 $\mathcal{T}$는 실제로 위상이다.
증명 보기
증명. $\varnothing$은 공허하게 합집합 조건을 만족(원소가 없는 합집합), $X$는 덮음 조건(1)에 의해 $\mathcal{T}$에 속한다. 합집합 닫힘: $\{U_\alpha\}\subseteq\mathcal{T}$이면 각 $U_\alpha$가 기저원소들의 합집합이므로 $\bigcup U_\alpha$도 기저원소들의 합집합 — 정의상 열림. 유한 교집합 닫힘: $U_1, U_2\in\mathcal{T}$이고 $x\in U_1\cap U_2$라 하자. $x\in B_1\subseteq U_1$, $x\in B_2\subseteq U_2$인 기저원소가 존재(정의에서). 기저 조건 2로 $x\in B_3\subseteq B_1\cap B_2\subseteq U_1\cap U_2$인 $B_3$가 존재 ⟹ $U_1\cap U_2$의 모든 점이 그런 $B_3$로 둘러싸이므로 $U_1\cap U_2\in\mathcal{T}$. 셋 이상의 유한 교집합은 귀납으로. ∎ 기저 조건 2가 정확히 어디서 쓰였는지 주목 — 이것이 없으면 두 기저 합집합의 교집합이 기저원소들의 합집합으로 안 떨어질 수 있다.
정리 (섬세함 판정, 기저로). $\mathcal{B}, \mathcal{B}'$가 각각 $\mathcal{T}, \mathcal{T}'$를 생성할 때, $$\mathcal{T}\subseteq\mathcal{T}' \iff \text{각 } B\in\mathcal{B}\text{와 } x\in B\text{에 대해 } x\in B'\subseteq B\text{인 } B'\in\mathcal{B}'\text{가 존재}.$$
증명 보기
증명 스케치. ($\Leftarrow$) 조건이 성립하면 $\mathcal{B}$의 임의의 원소 $B$가 $\mathcal{T}'$의 원소들의 합집합으로 표현되므로 $B\in\mathcal{T}'$ ⟹ $\mathcal{T}$의 모든 열린집합($\mathcal{B}$ 원소들의 합집합)도 $\mathcal{T}'$에 속함. ($\Rightarrow$) $\mathcal{T}\subseteq\mathcal{T}'$이면 특히 $B\in\mathcal{B}\subseteq\mathcal{T}\subseteq\mathcal{T}'$이므로 $B$ 자체가 $\mathcal{T}'$의 원소, 따라서 $\mathcal{B}'$ 원소들의 합집합으로 표현되고 그 중 하나가 $x$를 포함. ∎ — 두 위상의 대소를 추상적인 $\mathcal{T},\mathcal{T}'$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기저원소만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실용적 도구.
정리 (부분기저 생성이 실제로 위상임). $\mathcal{S}$의 유한교집합들의 모임 $\mathcal{B}_\mathcal{S}$가 기저 조건을 만족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두 유한교집합의 교집합은 다시 유한교집합이므로(합쳐서 하나의 더 큰 유한교집합), 조건 2가 등호로(더 작은 게 아니라 정확히 일치) 성립한다.
정리 (부분기저로 연속 판정). $f:X\to Y$에서 $Y$가 부분기저 $\mathcal{S}$를 가질 때, $f$가 연속 $\iff$ 각 부분기저원소 $S\in\mathcal{S}$에 대해 $f^{-1}(S)$가 열림. (부분기저만 확인하면 충분 — 곱공간으로 가는 함수의 연속성 판정에 결정적으로 쓰인다, 곱위상 참고.) 증명 스케치. ($\Rightarrow$) 자명($S$가 열려 있으므로). ($\Leftarrow$) 역상이 합집합·교집합을 보존하므로($f^{-1}$의 성질, set theory and foundations) 부분기저원소들의 유한교집합(기저원소)의 역상도 열리고, 그 합집합(임의 열린집합)의 역상도 열림.
예제
예제 1 (표준위상). $\mathbb{R}$의 열린구간 $\{(a,b):a<b\}$는 기저다. 조건 2: $x\in(a,b)\cap(c,d)$이면 그 교집합도 열린구간(또는 공집합)이므로 자기 자신을 $B_3$로 쓸 수 있다. 생성 위상 = 표준위상.
예제 2 (거리위상). 거리공간 $(X,d)$에서 ε-공 $\{B_d(x,\varepsilon):x\in X,\varepsilon>0\}$은 기저다. 두 공의 교집합 안의 점 $z$는, 삼각부등식으로 더 작은 반지름의 공을 잡아 교집합 안에 완전히 넣을 수 있다(조건 2). 이 기저가 생성하는 위상이 거리위상의 거리위상이다.
예제 3 (하한위상). 반열린구간 $\{[a,b):a<b\}$은 기저다(조건 2: $[a,b)\cap[c,d)=[\max(a,c),\min(b,d))$가 다시 반열린구간이거나 공집합) ⟹ 하한위상 $\mathbb{R}_\ell$. $[a,b)$는 표준위상에서 열리지 않으므로(왼쪽 끝점에 여유가 없음) $\mathbb{R}_\ell$이 표준위상보다 더 섬세하다.
예제 4 (부분기저). $\mathbb{R}$에서 $\mathcal{S}=\{(-\infty,b):b\in\mathbb{R}\}\cup\{(a,\infty):a\in\mathbb{R}\}$(반직선들)은 부분기저(전체 $\mathbb{R}$을 덮음). 유한교집합 $(a,\infty)\cap(-\infty,b)=(a,b)$($a<b$일 때)가 기저(열린구간)를 줌 ⟹ 표준위상을 생성. 반직선 하나하나는 기저 조건을 만족하지 않지만(두 반직선의 교집합이 또 다른 반직선이 아니라 유한구간일 수 있으므로), 유한교집합으로 그 간극이 메워진다.
예제 5 (가산기저, $\mathbb{R}$의 표준위상). 유리수 끝점을 가진 열린구간 $\{(p,q):p,q\in\mathbb{Q}, p<q\}$도 표준위상의 기저다 — 가산집합이다(가산 $\times$ 가산). 임의의 열린구간 $(a,b)$는 그 안의 유리수 끝점 구간들의 합집합으로 근사할 수 있다(유리수의 조밀성). 이 가산기저의 존재가 제2가산공리의 핵심 예시다.
예제 6 ($K$-위상의 기저, 미묘한 반례). $K=\{1/n:n\in\mathbb{Z}^+\}$일 때, $\mathcal{B}_K=\{(a,b)\}\cup\{(a,b)-K\}$가 기저다. $(-1,1)-K$는 $K$-위상에서 열려 있지만 표준위상에서는 아니다($0$ 근처의 $1/n$들이 무한히 쌓여 빠지므로). 이 위상은 $\mathbb{R}_\ell$과 더불어 위상수학의 표준 반례 창고에서 자주 동원된다.2
흔한 오해와 함정
- "기저원소가 곧 열린집합의 전부" — 아니다. 기저원소는 열린집합의 생성자일 뿐, 열린집합 자체는 기저원소들의 합집합으로 훨씬 더 많다. 예컨대 $\mathbb{R}$의 표준위상에서 기저원소는 열린구간뿐이지만, 열린집합은 (가산 개) 서로소 열린구간들의 합집합 같은 훨씬 복잡한 모양도 가능하다.
- "기저는 유일하다" — 같은 위상을 생성하는 기저는 무수히 많다(예제 5처럼 유리끝점 구간만 써도 같은 위상이 나온다). "기저"라는 말 자체가 유일한 대상을 가리키지 않는다 — 어떤 위상에 대한 기저인지가 항상 중요하다.
- "부분기저는 그 자체로 기저 조건(2)을 만족해야 한다" — 아니다. 정의에서 부분기저에는 조건 2가 전혀 요구되지 않는다. 정확히 그 빠진 조건을 유한교집합으로 채워 넣는 것이 부분기저 메커니즘의 핵심이다.
- 연속 판정에서 "기저원소에서만 확인하면 된다"는 사실을 일반 열린집합에도 그대로 확인하려는 시도 — 비효율적일 뿐 틀린 것은 아니지만, 부분기저로 충분한 경우(특히 곱위상)에 기저나 일반 열린집합까지 다 확인하는 것은 불필요한 작업이다. 가능한 한 가장 작은 생성 데이터(부분기저)에서 판정하는 습관을 들일 것.
- 하한위상과 $K$-위상을 혼동 — 둘 다 표준위상보다 섬세하지만 서로 비교 불가능하다(예제 6, 각주2). "더 섬세한 위상이 항상 비교 가능하다"는 착각에 빠지지 말 것 — 위상공간에서도 강조했듯 섬세함은 부분순서일 뿐이다.
큰 그림 / 연결
기저는 위상공간의 추상적 정의를 손에 잡히는 도구로 바꾼다. 곱위상는 부분기저(사영의 역상들)로 정의되는 가장 중요한 예 — 무한 곱에서 곱위상과 상자위상이 갈라지는 이유가 바로 "부분기저로부터 유한교집합만 허용"하는 메커니즘에 있다. 거리위상는 ε-공을 기저로 하는 특수한 경우이며, "가산기저를 갖는가"라는 질문이 가산공리(제2가산공리)로 직결된다. $\mathbb{R}_\ell$과 $K$-위상은 위상수학 전체에서 반복 등장하는 표준 반례로, 연속사상과 위상동형(항등함수가 한 방향만 연속)·가산공리(Lindelöf인데 거리화 안 됨) 등에서 다시 만난다.
연습문제
- $\mathbb{R}^2$에서 열린 직사각형들이 표준위상의 기저임을 보여라.
- 가산기저를 갖는 위상의 예와, 그렇지 못한 예(이산위상 위 비가산집합)를 들어라.
- 기저원소들의 유한교집합이 다시 열린집합임을 보여라.
- $\{[a,b):a<b, a,b\in\mathbb{Q}\}$가 $\mathbb{R}_\ell$의 기저가 아닌 이유(또는 맞는지)를 논하라.
- $\mathcal{S}=\{\{a\},\{a,b\},\{a,b,c\}\}$가 $X=\{a,b,c,d\}$ 위 부분기저일 때, 생성되는 기저와 위상을 구하라.
- 한 점 $x_0\in X$를 고정. $\mathcal{B}=\{\{x_0\}\}\cup\{X\setminus F: F\subseteq X\setminus\{x_0\}\text{ 유한}\}$가 기저가 됨을 보이고, 이 위상이 무엇인지 설명하라.
- 두 기저 $\mathcal{B}_1,\mathcal{B}_2$가 같은 위상을 생성하지만 $\mathcal{B}_1\ne\mathcal{B}_2$인 예를 들어라.
힌트 / 정답
- 점 $x$ 주위 ε-공 안에 작은 직사각형, 직사각형 안에 작은 공 ⟹ 같은 위상. 조건 2: 두 직사각형 교집합도 직사각형(또는 공집합).
- 가산기저: $\mathbb{R}$ 표준위상은 유리수 끝점 구간 $\{(p,q):p,q\in\mathbb{Q}\}$가 가산기저(예제 5). 비가산: 이산위상 위 비가산집합 $\mathbb{R}$은 각 $\{x\}$가 열려야 해(기저원소가 한 점이라도 그 점을 포함해야) 기저가 비가산이어야 함.
- 정의의 조건 2를 귀납적으로 적용하면 유한교집합의 각 점이 기저원소로 둘러싸임이 보장됨(주요 정리의 증명과 동일).
- 아니다 — $[\sqrt2, 3)$은 유리끝점 $[a,b)$들의 합집합으로 만들 수 없다($\sqrt2$를 왼쪽 끝으로 포함하는 유리끝점 구간이 없으므로). 유리끝점 반열린구간은 더 거친 다른 위상(가산기저를 가지지만 $\mathbb{R}_\ell$ 자체보다 거침)을 생성한다.
- 유한교집합: $\{a\}\cap\{a,b\}=\{a\}$, $\{a\}\cap\{a,b,c\}=\{a\}$, $\{a,b\}\cap\{a,b,c\}=\{a,b\}$, 빈 교집합(전체) $X$ 도 포함 — 기저 $\mathcal{B}=\{X,\{a\},\{a,b\},\{a,b,c\}\}$($\varnothing$도 공허하게 포함될 수 있음). 생성 위상: 이들의 합집합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 $=\{\varnothing,\{a\},\{a,b\},\{a,b,c\},X\}$.
- 두 기저원소 $\{x_0\}$와 $X\setminus F$의 교집합은 $\{x_0\}$(만약 $x_0\notin F$, 항상 그러함) — 자기 자신이 $B_3$. 두 $X\setminus F_1, X\setminus F_2$의 교집합은 $X\setminus(F_1\cup F_2)$, 유한집합의 여집합이므로 같은 모임에 속함. 이 위상은 사실상 여유한위상에 $\{x_0\}$를 강제로 열어 넣은 변형.
- $\mathbb{R}$의 표준위상에서 $\mathcal{B}_1=\{(a,b)\}$(모든 실수 끝점)과 $\mathcal{B}_2=\{(p,q):p,q\in\mathbb{Q}\}$(유리수 끝점만) — 둘 다 같은 표준위상을 생성하지만 $\mathcal{B}_1\ne\mathcal{B}_2$(예: $(\sqrt2,\sqrt3)\in\mathcal{B}_1\setminus\mathcal{B}_2$).
관련 개념
- 위상공간 — 기저가 생성하는 대상
- 곱위상 — 부분기저로 정의
- 거리위상 — ε-공 기저
- 가산공리 — 가산기저(제2가산공리)
- 연속사상과 위상동형 — 부분기저로 연속 판정
- 부분·순서·유한곱 위상 — 부분공간 기저($A\cap B$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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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소개 — Munkres §13 — "If X is a set, a basis for a topology on X is a collection B of subsets of X (called basis elements) such that (1) For each x ∈ X, there is at least one basis element B containing x. (2) If x belongs to the intersection of two basis elements B₁ and B₂, then there is a basis element B₃ containing x such that B₃ ⊆ B₁ ∩ B₂." Subbasis: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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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소개 — Munkres §13, Lemma 13.4 [synthesis] — K-위상의 정의와, R_ℓ·R_K가 표준위상보다 섬세하지만 서로 비교 불가능하다는 사실. "Let K denote the set of all numbers of the form 1/n, for n ∈ Z+, and let B be the collection of all open intervals (a,b), along with all sets of the form (a,b) −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