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정의와 예
군 공리, 대칭군·순환군·행렬군
개요 — 동기·문제의식
지금까지 환(덧셈+곱셈 두 연산)을 다뤘다면, 군은 연산 하나만 가진 더 기본적인 구조다. 사실 환의 정의를 뜯어보면 이미 군이 숨어 있었다 — $(R,+)$ 가 아벨군이어야 한다는 것이 환의 첫 공리였다(환과 체). Hungerford의 환 우선(rings-first) 전략에서 군을 나중에 다루는 이유는, 군의 진짜 위력이 "대칭"이라는 더 추상적인 영역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 정사각형의 회전·반사, 순열, 가역행렬처럼 "구조를 보존하는 변환들의 집합"이 모두 자연스럽게 군을 이룬다. 환에서는 곱셈이 가환이 아닐 수 있다는 정도가 "비가환성"의 전부였지만, 군에서는 비가환성이 훨씬 더 풍부하고 흥미로운 현상(대칭군, 이면체군)으로 나타난다. 단순한 세 공리(결합법칙·항등원·역원)에서 시작해, 이후 부분군·잉여류·몫군으로 이어지는 풍부한 이론이 전개된다.
직관
군의 공리를 "환에서 덧셈만 남기고 곱셈을 잊은 것"으로 본다면 다소 빈약해 보이지만, 진짜 직관은 대칭의 언어에 있다. 정사각형을 돌리거나 뒤집어도 "같은 정사각형"으로 보이는 변환들의 집합을 생각하자 — 이 변환들을 합성(차례로 적용)하면 다시 그런 변환이 나오고(닫혀 있음), 아무것도 안 하는 항등변환이 있고, 모든 변환은 되돌릴 수 있다(역원). 이것이 정확히 군의 세 공리다. "군"이라는 추상 개념의 위력은, 전혀 달라 보이는 대상들 — 숫자의 덧셈, 도형의 대칭, 순열, 행렬 — 이 전부 같은 세 공리를 만족한다는 데 있다. 환과 달리 곱셈에 대해 분배법칙으로 묶일 두 번째 연산이 없으므로, 군의 구조는 "원소들이 서로 어떻게 결합하는가"라는 순수한 결합 패턴만을 포착한다.
정의
군(group): 이항연산 $*$ 를 가진 공집합 $G$ 로서 다음을 만족:1 - 결합법칙(associativity): $(a*b)*c=a*(b*c)$ (모든 $a,b,c\in G$); - 항등원(identity): $e*a=a*e=a$ 인 $e\in G$ 존재; - 역원(inverse): 각 $a\in G$ 에 대해 $a*a^{-1}=a^{-1}*a=e$ 인 $a^{-1}\in G$ 존재.
| 용어 | 정의 |
|---|---|
| 아벨군(abelian) | 위 공리에 더해 $a*b=b*a$(교환법칙) |
| 위수(order) $\lvert G\rvert$ | $G$ 의 원소 개수(무한이면 $\infty$) |
| 원소의 위수 | $a^n=e$ 인 최소 양의 정수 $n$ (그런 $n$ 이 없으면 무한위수) |
| 유한군 / 무한군 | $\lvert G\rvert<\infty$ 인지 여부 |
표기 관례: 곱셈적으로 $ab$, $1$, $a^{-1}$ 로 쓰거나(비가환 군에서 일반적), 덧셈적으로 $a+b$, $0$, $-a$ 로 쓴다(아벨군에서 일반적, 특히 환의 덧셈군을 볼 때).
주요 정리
정리 (유일성). 군에서 항등원은 유일하고, 각 원소의 역원도 유일하다.2
증명 보기
증명. $e,e'$ 이 둘 다 항등원이면 $e=e*e'=e'$(첫 등호는 $e'$ 가 항등원, 둘째는 $e$ 가 항등원). 역원: $b,c$ 가 둘 다 $a$ 의 역원이면 $b=b*e=b*(a*c)=(b*a)*c=e*c=c$(결합법칙 사용). ∎ (유일성이 보장되기에 $a^{-1}$ 이라는 표기가 의미를 가진다.)
정리 (소거법칙). $ab=ac\Rightarrow b=c$, $ba=ca\Rightarrow b=c$.
증명 보기
증명. $ab=ac$ 양변에 왼쪽에서 $a^{-1}$ 을 곱하면 $a^{-1}(ab)=a^{-1}(ac)$, 결합법칙으로 $(a^{-1}a)b=(a^{-1}a)c$, $eb=ec$, $b=c$. ∎ (군의 소거법칙은 항상 성립 — 환과 달리 "영인자가 없다"는 추가 가정이 필요 없다, 모든 원소가 가역이므로.)
정리 (역원 공식). $(ab)^{-1}=b^{-1}a^{-1}$ (순서가 뒤바뀜에 주의).
증명 보기
증명. $(ab)(b^{-1}a^{-1})=a(bb^{-1})a^{-1}=a\,e\,a^{-1}=aa^{-1}=e$, 비슷하게 $(b^{-1}a^{-1})(ab)=e$ → $b^{-1}a^{-1}$ 이 $ab$ 의 역원, 유일성으로 $(ab)^{-1}=b^{-1}a^{-1}$. ∎ (비유: 옷을 입을 때 셔츠 먼저 재킷 나중("ab"), 벗을 때는 재킷 먼저 셔츠 나중("$b^{-1}a^{-1}$") — 순서가 반전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정리 (유한군의 항등원 판정 간소화). 유한집합 $G$ 에 결합법칙을 만족하는 연산이 있고 양쪽 소거법칙이 성립하면 $G$ 는 군이다(항등원·역원의 존재가 자동으로 따라옴).3
증명 보기
증명 스케치. $a\in G$ 고정, 사상 $x\mapsto ax$ 는 소거법칙으로 단사, 유한집합이라 전사 — 모든 $b\in G$ 에 대해 $ax=b$ 인 $x$ 존재. 특히 $ax=a$ 인 $x=e_a$ 가 존재함을 보이고 이것이 좌항등원임을, 비슷한 논증으로 우항등원·역원의 존재를 보일 수 있다(군론 교재의 표준 보조정리, 유한군의 곱셈표가 라틴방진이 되는 이유와 직결).
예제
| 군 | 연산 | 위수 | 아벨? |
|---|---|---|---|
| $(\mathbb{Z},+)$ | 덧셈 | $\infty$ | 예 |
| $(\mathbb{Z}_n,+)$ | 덧셈 mod $n$ | $n$ | 예 |
| $(\mathbb{Z}_p^\times,\cdot)$ | 곱셈 mod $p$ | $p-1$ | 예 |
| $S_n$ (대칭군) | 합성 | $n!$ | $n\ge3$ 이면 아니오 |
| $D_n$ (이면체군) | 합성 | $2n$ | 아니오 |
| $GL_n(F)$ (가역행렬) | 행렬곱 | $\infty$ | 아니오 |
| $V=\mathbb{Z}_2\times\mathbb{Z}_2$ (Klein 4군) | 성분별 덧셈 | $4$ | 예 |
예제 1 (정사각형의 대칭군 $D_4$). 정사각형을 자기 자신으로 보내는 변환: 회전 $4$가지($0°,90°,180°,270°$) + 반사 $4$가지(대각선·중심축) = 위수 8. 회전 $r$(90도)과 반사 $f$ 사이에 $rf=fr^{-1}=fr^3$ 관계가 성립(비가환) — 먼저 돌리고 뒤집는 것과 먼저 뒤집고 돌리는 것이 다른 결과를 준다.
예제 2 (Klein 4군, 비순환 위수4군). $V=\{e,a,b,c\}$, 모든 비항등원소 위수 $2$($a^2=b^2=c^2=e$), $ab=c$. $V\cong\mathbb{Z}_2\times\mathbb{Z}_2$(성분별 연산). 직사각형(정사각형 아님)의 대칭군이 이 군 — 회전 180도, 두 축 반사, 항등.
예제 3 ($\mathbb{Z}_n^\times$, 환에서 군 추출). $\mathbb{Z}_5^\times=\{1,2,3,4\}$(곱셈, $5$ 소수라 모두 가역, structure-of-zn). $2$ 의 거듭제곱: $2,4,3,1$ — 위수 4, 군 전체를 생성(순환군). 이는 환 $\mathbb{Z}_5$ 의 곱셈 부분이 군이 되는 첫 비자명한 사례다.
예제 4 (작은 비가환군, $S_3$). $S_3=\{e,(12),(13),(23),(123),(132)\}$, 위수 $6$. $(12)(13)=(132)$ 이지만 $(13)(12)=(123)$ — 비가환. $S_3\cong D_3$(정삼각형의 대칭군, 꼭짓점의 순열로 보면 동일).
예제 5 (가역행렬군 $GL_2(\mathbb{R})$). $\begin{pmatrix}1&1\\0&1\end{pmatrix}\begin{pmatrix}1&0\\1&1\end{pmatrix}=\begin{pmatrix}2&1\\1&1\end{pmatrix}$ vs $\begin{pmatrix}1&0\\1&1\end{pmatrix}\begin{pmatrix}1&1\\0&1\end{pmatrix}=\begin{pmatrix}1&1\\1&2\end{pmatrix}$ — 비가환을 직접 확인. 항등원은 단위행렬, 역원은 역행렬($\det\ne0$ 이 정확히 가역성 조건).
예제 6 (군이 아닌 후보, 흔한 함정 확인). $(\mathbb{Z},\cdot)$(정수, 곱셈)은 군이 아니다 — $2$ 의 곱셈 역원 $\frac12$ 가 $\mathbb{Z}$ 안에 없음(역원 공리 실패). $(\mathbb{N},+)$ 도 군이 아니다(역원이 음수인데 $\mathbb{N}$ 밖). 이런 "거의 군"들이 군의 공리가 왜 셋 다 필요한지 보여준다.
흔한 오해와 함정
- "군은 항상 아벨"이라고 가정 — $S_n$($n\ge3$), $D_n$, $GL_n$ 처럼 비가환군이 오히려 더 풍부한 이론의 원천이다. "군"의 기본 정의에는 교환법칙이 없다.
- 소거법칙을 환의 경우와 혼동 — 환에서는 영인자가 없을 때만 소거법칙이 성립했지만, 군에서는 모든 원소가 가역이므로 소거법칙이 무조건 성립한다(증명에서 영인자를 전혀 언급하지 않음에 주목).
- $(ab)^{-1}=a^{-1}b^{-1}$ 로 순서를 안 바꾸는 실수 — 비가환군에서는 $(ab)^{-1}=b^{-1}a^{-1}$ 이 정확한 공식(예제 1, $D_4$). 아벨군에서는 순서가 안 바뀌어도 결과가 같으므로 이 실수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 "위수가 작은 군은 모두 아벨"이라 일반 가정 — $S_3$(위수 6)이 가장 작은 비가환군. 위수 1,2,3,4,5는 모두 아벨(소수 위수는 항상 순환=아벨, 위수4는 분류로 확인됨)이지만 위수 6부터는 비가환이 가능.
- 유한집합+결합법칙+소거법칙이면 항상 "군이 되는 충분조건"을 무한집합에도 적용 — 위 정리는 유한이라는 가정이 본질적(단사 ⟹ 전사 논증). $(\mathbb{Z},\cdot)$ 류의 무한 반례에서는 깨진다(소거법칙은 성립하지만 군이 아님, $2$ 의 역원 없음).
- 군의 연산이 "곱셈"이라는 표기 때문에 항상 수의 곱셈이라 착각 — $*$ 는 임의의 결합법칙적 이항연산을 가리키는 추상 기호일 뿐, 구체적 의미는 매번 다르다(합성, 덧셈, 행렬곱 등).
큰 그림 / 연결
군은 환의 덧셈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추출되는 구조이자, 그 자체로 부분군·순환군·치환군 이론으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mathbb{Z}_n^\times$ 가 군이라는 사실은 단원군 이론의 토대였고, 이로부터 Fermat·Euler 정리가 Lagrange 정리의 응용으로 도출되었다 — 군론이 정수론의 결과를 "공짜로" 재생산하는 첫 사례다. 군 사이의 구조보존 사상은 군 준동형으로 이어지며, 이는 환 준동형과 완전히 평행한 이야기(환 준동형)를 들려준다. 군의 분류 문제(어떤 위수의 군이 몇 가지나 있는가)는 유한 아벨군의 구조정리·Sylow 정리로 이어지는 깊은 주제이며, 궁극적으로 Galois 이론에서 다항식의 근들의 대칭을 군으로 포착하는 데 활용된다 — 다항식의 "풀 수 있음"이 대응하는 군이 "가해군(solvable)"인지로 환원된다(solvability by radicals).
연습문제
- $(\mathbb{Z}_5^\times,\cdot)$ 의 각 원소의 위수를 구하라.
- $D_3$ 의 곱셈표를 작성하라(또는 $D_3\cong S_3$ 를 확인하라).
- 군에서 $(ab)^{-1}=b^{-1}a^{-1}$ 을 증명하라.
- $a^2=e$ 가 모든 $a\in G$ 에서 성립하면 $G$ 가 아벨군임을 보여라.
- 위수 4인 군이 $\mathbb{Z}_4$ 또는 Klein 4군뿐임을 보여라(분류).
- 항등원의 유일성을 증명하라.
- $G$ 가 군이고 $a\in G$ 가 유한 위수 $n$ 을 가지면 $a^k=e\iff n\mid k$ 임을 보여라.
- $S_3$ 가 비가환임을 두 특정 원소의 곱으로 직접 보여라.
- $\mathbb{R}^\times=(\mathbb{R}\setminus\{0\},\cdot)$ 가 군임을 확인하고, 위수 2인 원소를 모두 찾아라.
정답·힌트
- $1$: 위수1. $4$: 위수2($4^2=16\equiv1$). $2$: $2,4,3,1$ → 위수4. $3$: $3,4,2,1$ → 위수4. ($\mathbb{Z}_5^\times$ 는 순환군, 생성원 $2$ 또는 $3$.)
- $D_3=\{e,r,r^2,f,rf,r^2f\}$ ($r$=120도 회전, $f$=반사), 관계 $rf=fr^2=fr^{-1}$; 정삼각형 꼭짓점 $\{1,2,3\}$ 의 순열로 보면 $D_3\cong S_3$($r\leftrightarrow(123)$, $f\leftrightarrow$ 전치).
- $(ab)(b^{-1}a^{-1})=a(bb^{-1})a^{-1}=ae a^{-1}=aa^{-1}=e$; 마찬가지로 $(b^{-1}a^{-1})(ab)=e$; 역원의 유일성으로 $(ab)^{-1}=b^{-1}a^{-1}$.
- $a^2=e\Rightarrow a=a^{-1}$(자기 자신이 역원). 임의 $a,b$: $ab=(ab)^{-1}$(가정 적용, $(ab)^2=e$) $=b^{-1}a^{-1}=ba$(각 원소가 자기 역원이므로) → 교환법칙.
- 위수 4: 위수 4인 원소가 있으면 그 원소가 군 전체를 생성 → $\mathbb{Z}_4$(순환군)와 동형. 위수 4인 원소가 없으면(라그랑주로 가능한 원소 위수는 1,2,4뿐, 항등원 제외하면 1 아니므로) 모든 비항등원소 위수 2 → 연습4에 의해 아벨 → 세 비항등원의 곱이 서로 닫혀 Klein 4군 구조.
- $e,e'$ 둘 다 항등원이면 $e=ee'$(우항등원으로서 $e'$) $=e'$(좌항등원으로서 $e$) → $e=e'$.
- ($\Leftarrow$) $n\mid k$, $k=nm$ → $a^k=(a^n)^m=e^m=e$. ($\Rightarrow$) $a^k=e$, 나눗셈정리 $k=nq+r$($0\le r<n$) → $e=a^k=a^{nq+r}=(a^n)^qa^r=a^r$ → $r<n$ 이고 $n$ 의 최소성(위수의 정의)으로 $r=0$ → $n\mid k$.
- $(12)(13)=(132)$(먼저 $(13)$ 적용 후 $(12)$, 또는 표기 관례에 따라 — 합성 순서는 일관되게 유지), $(13)(12)=(123)$; $(132)\ne(123)$ → 비가환.
- 결합법칙(실수 곱셈), 항등원 $1$, 역원 $1/x$($x\ne0$) — 군. 위수 2인 원소 $x$: $x^2=1$, $x\ne1$ → $x=-1$ (실수에서 $x^2=1$ 의 해는 $\pm1$뿐).
관련 개념
- 환과 체 — 환의 덧셈군
- subgroups — 부분군
- cyclic groups — 가장 단순한 군
- permutation groups — $S_n$
- 군 준동형과 동형정리 — 군 사이 사상
- 잉여류와 라그랑주 정리 — 부분군의 위수와 Lagrange 정리
- ℤₙ의 구조 — $\mathbb{Z}_n^\times$ 가 군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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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소개 — Hungerford §7.1 — "A group is a nonempty set G equipped with a binary operation * that satisfies the following axioms" (결합·항등원·역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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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소개 — Hungerford §7.2 [synthesis] — 항등원·역원 유일성, 소거법칙, $(ab)^{-1}=b^{-1}a^{-1}$, 증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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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소개 — Hungerford §7.1–7.2 [synthesis] — 유한집합+결합법칙+소거법칙으로부터 군 구조가 유도되는 보조정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