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개화된 곡선
곡선 = 사상, 정칙성, 접벡터
개요 — 동기·문제의식
"곡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답이 있다. 하나는 음함수(level set) 관점 — 곡선을 방정식 $f(x,y)=c$의 해집합, 즉 평면 위의 고정된 점들의 집합으로 보는 것이다(원 $x^2+y^2=1$이 전형적 예). 다른 하나는 매개변수(parametrized) 관점 — 곡선을 시간 $t$에 따라 움직이는 점의 궤적으로 보는 것이다. 미분기하학이 매개변수 관점을 채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미분(속도·가속도·곡률)을 정의하려면 "움직임"이 있어야 하고, 음함수는 그 자체로는 움직임의 정보를 담지 않는다. 같은 원이라도 "시계방향으로 두 바퀴 도는" 매개변수화와 "반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매개변수화는 기하학적으로 다른 대상을 표현하며, 이 차이를 포착하는 것이 이 페이지의 핵심이다.
직관
매개변수화된 곡선은 입자의 운동을 기록한 영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gamma(t)$는 "시각 $t$에 입자가 있는 위치"이고, $\dot\gamma(t)$는 그 순간의 속도 벡터다. 영상을 빨리 돌리거나 거꾸로 돌려도(재매개변수화) 입자가 그리는 궤적(이미지)은 같지만, 속도 벡터의 크기와 방향은 달라진다 — 이는 호장과 재매개화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는 주제다.
기하적으로 $\dot\gamma(t)$는 곡선 위의 두 가까운 점 $\gamma(t)$와 $\gamma(t+\Delta t)$를 잇는 현(chord) $\gamma(t+\Delta t)-\gamma(t)$가 $\Delta t\to 0$일 때 향하는 극한 방향이다. 직선의 기울기가 미적분 도함수의 기하적 의미였다면, 여기서는 그 아이디어를 벡터값 함수로 확장한 것뿐이다 — 차이는 결과가 스칼라가 아니라 방향과 크기를 가진 벡터라는 점이다.
정의
$\mathbb{R}^n$에서의 매개변수화된 곡선(parametrized curve)은 열린 구간 $(\alpha,\beta)$($-\infty\le\alpha<\beta\le\infty$)에서 $\mathbb{R}^n$으로 가는 매끄러운($C^\infty$) 사상이다.1 $$\gamma:(\alpha,\beta)\to\mathbb{R}^n,\qquad t\mapsto \gamma(t)=(\gamma_1(t),\dots,\gamma_n(t)).$$
| 용어 | 의미 |
|---|---|
| 매개변수 $t$ | "시간"으로 생각하는 독립변수 |
| 이미지(image) $\gamma((\alpha,\beta))$ | 곡선이 실제로 지나가는 점들의 집합 (음함수 곡선과 비교되는 대상) |
| 접벡터(tangent vector) $\dot\gamma(t)$ | $\gamma$를 성분별로 미분한 벡터; $\gamma(t+\Delta t)-\gamma(t)$의 극한 방향5 |
| 특이점(singular point) | $\dot\gamma(t)=0$인 점 (접벡터가 정의되지 않는 방향) |
| 정칙점(regular point) | $\dot\gamma(t)\neq0$인 점 |
음함수 곡선과의 대조: $f(x,y)=c$의 해집합은 점들의 집합일 뿐이고, 매개변수화는 거기에 "어떤 속도로, 어느 방향으로" 지나가는지의 정보를 더한다.2 한 음함수 곡선에는 무한히 많은 매개변수화가 있다 — 예컨대 포물선 $y=x^2$은 $(t,t^2)$, $(t^3,t^6)$, $(2t,4t^2)$ 모두로 매개변수화된다.4 따라서 매개변수화는 곡선의 점집합보다 더 많은 정보(속력·방향)를 담는다.
주의: "곡선의 한 점"이라고 할 때 엄밀하게는 매개변수 값 $t$를 가리키는 것이지, 이미지 점 $\gamma(t)$가 아니다. 자기교차하는 곡선에서는 하나의 이미지 점이 서로 다른 두 매개변수 값(서로 다른 접벡터)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7
주요 정리
명제 (접벡터가 상수이면 직선). $\dot\gamma(t)$가 $t$에 무관한 상수 벡터이면, $\gamma$의 이미지는 직선의 일부(혹은 전체)이다.6
증명 보기
증명. $\dot\gamma(t)=\mathbf{v}$(상수)라 하면 각 성분을 적분해 $\gamma(t)=\gamma(t_0)+(t-t_0)\mathbf{v}$를 얻는다 — 이는 점 $\gamma(t_0)$를 지나고 방향이 $\mathbf{v}$인 직선의 매개변수 표현이다. ∎ 역도 성립한다(직선의 임의의 매개변수화는 상수 접벡터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등속 매개변수화라면 상수 접벡터를 갖는다).
명제 (음함수 ↔ 매개변수 곡선의 국소적 동치). 매끄러운 함수 $f(x,y)$와 그 레벨 집합 $C=\{f=c\}$ 위의 점 $p$에서 $\nabla f(p)\neq 0$이면, $p$ 근방에서 $C$는 정칙(regular) 매개변수화를 갖는다. 역으로 정칙 매개변수화된 곡선의 각 점은 국소적으로 어떤 함수의 레벨 집합으로 나타난다.3
증명 보기
증명 스케치. $\nabla f(p)\neq 0$이면 음함수정리(implicit function theorem)에 의해 국소적으로 $C$를 $y=g(x)$(혹은 $x=h(y)$) 꼴로 풀 수 있고, $\gamma(t)=(t,g(t))$가 정칙 매개변수화를 준다. 역방향은 정칙 곡선의 국소적 그래프 표현에서 $f(x,y)=y-g(x)$를 구성하면 된다. ∎ 이 정리가 중요한 이유는 "두 관점이 본질적으로 같은 대상을 기술한다"는 것을 보장하면서도, $\nabla f=0$인 특이점(예: 원점에서의 교차하는 두 직선 $xy=0$)에서는 깨질 수 있음을 동시에 경고하기 때문이다.
예제
예제 1 (직선). $\gamma(t)=(1,2,3)+t(1,-1,2)$. $\dot\gamma(t)=(1,-1,2)$(상수) — 위 명제대로 직선.
예제 2 (단위원, 여러 매개변수화). $\gamma(t)=(\cos t,\sin t)$, $t\in(-\pi,\pi)$. $\dot\gamma(t)=(-\sin t,\cos t)$, $\|\dot\gamma\|=1$(등속). 같은 원을 $\gamma_2(t)=(\cos 2t,\sin 2t)$로도 매개변수화할 수 있는데, 이쪽은 속력이 $2$로 두 배다 — 같은 이미지, 다른 매개변수화.
예제 3 (포물선의 세 매개변수화). $y=x^2$를 $(t,t^2)$, $(t^3,t^6)$, $(2t,4t^2)$로 매개변수화하면 모두 같은 이미지를 그리지만 접벡터는 각각 $(1,2t)$, $(3t^2,6t^5)$, $(2,8t)$로 전혀 다르다 — $t=0$에서 두 번째 매개변수화는 접벡터가 $0$(특이점)이지만 같은 이미지 점에서 첫째·셋째는 정칙이다.
예제 4 (나선, helix). $\gamma(t)=(\cos t,\sin t,t)$. $\dot\gamma(t)=(-\sin t,\cos t,1)$, $\|\dot\gamma\|=\sqrt2$(상수 속력이지만 단위속력은 아님). $z$성분이 늘 증가하므로 자기교차가 없다.
예제 5 (첨점, cusp). $\gamma(t)=(t^2,t^3)$(반삼차포물선). $\dot\gamma(t)=(2t,3t^2)$, $t=0$에서 $\dot\gamma(0)=(0,0)$ — 특이점. 실제로 그래프를 그려보면 원점에서 뾰족한 첨점이 생긴다: 매개변수가 멈췄다가 방향을 트는 순간이다.
예제 6 (리마송, 자기교차). $\gamma(t)=((1+2\cos t)\cos t,(1+2\cos t)\sin t)$는 원점을 두 개의 서로 다른 매개변수 값 $t=2\pi/3,\,4\pi/3$에서 지나가며, 그 두 점에서 접벡터의 방향이 다르다.7 "곡선의 점 = 매개변수 값"이라는 주의사항이 정확히 여기서 필요해진다.
예제 7 (음함수 → 매개변수, 원 위의 한 점에서). $f(x,y)=x^2+y^2-1$, $p=(1,0)$에서 $\nabla f(p)=(2,0)\neq0$이므로 정칙 매개변수화가 존재 — 실제로 $\gamma(t)=(\cos t,\sin t)$가 전역적으로 작동한다(원은 운 좋게 전역 매끄러운 매개변수화를 허용).
흔한 오해와 함정
- "매개변수화 = 곡선 그 자체" — 아니다. 곡선의 이미지(점집합)는 하나여도 매개변수화는 무수히 많고, 속력·방향이라는 추가 정보를 담는다(예제 3).
- 특이점을 "이상한 점"으로 오인 — $\dot\gamma=0$은 매개변수화의 결함일 수도 있고(예제 3의 둘째 매개변수화), 곡선 자체의 기하적 특이성(첨점, 예제 5)일 수도 있다. 같은 이미지를 다른 매개변수화로 다시 쓰면 특이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
- "곡선의 점"을 이미지 점으로 혼동 — 자기교차 곡선에서는 한 이미지 점에 여러 매개변수 값이 대응하므로, 접벡터·곡률 같은 국소적 양은 반드시 매개변수 값 기준으로 말해야 한다.
- 음함수-매개변수 동치를 전역적으로 가정 — $\nabla f=0$인 점(특이점)에서는 음함수정리가 적용되지 않아 국소적 매개변수화가 보장되지 않는다(예: $xy=0$의 원점).
- 상수 접벡터와 등속(unit-speed)을 혼동 — 접벡터가 상수이면 직선이지만, 등속(속력이 $1$)이라고 직선인 것은 아니다(예제 2의 원은 등속이지만 직선이 아니다).
큰 그림 / 연결
매개변수화된 곡선은 이 위키 전체의 출발점이다. 접벡터 $\dot\gamma$의 크기(속력)를 적분하면 호장과 재매개화의 호의 길이가 나오고, 속력이 일정한(단위속력) 매개변수화를 고르면 곡률과 비틀림의 정의가 극도로 단순해진다. 자기교차·꼬임 같은 전역적 성질은 곡선의 대역적 성질에서 다뤄진다. 곡선을 곡면 위로 옮기면 — 즉 $\gamma(t)=\sigma(u(t),v(t))$ 꼴로 쓰면 — 제1기본형식과 제2기본형식이 곡선의 길이와 휘어짐을 곡면의 데이터로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 O'Neill의 접근에서는 이 페이지의 "움직이는 점" 직관이 tangent vectors and vector fields의 점-벡터 쌍 $(p,\mathbf v)$ 개념으로 더 정밀하게 다듬어진다.
연습문제
- $\gamma(t)=(t,\,t^2,\,t^3)$(뒤틀린 3차곡선)의 접벡터 $\dot\gamma(t)$를 구하고, 모든 $t$에서 정칙임을 보여라.
- $\gamma(t)=(\cos t,\sin t)$와 $\tilde\gamma(t)=(\cos 3t,\sin 3t)$가 같은 이미지를 갖지만 다른 곡선임을 접벡터로 설명하라.
- $\gamma(t)=(t^3,t^2)$의 $t=0$에서의 특이성을 확인하고, 이미지를 스케치해 첨점의 모양을 설명하라.
- $f(x,y)=x^3-y^2$의 레벨 집합 $\{f=0\}$ 위의 원점에서 $\nabla f$를 계산하고, 음함수정리가 적용되는지 판정하라.
- 직선이 아닌 매끄러운 곡선의 접벡터가 모든 점에서 같은 방향(부호 무관)을 가질 수 있는지 논하라.
- $\gamma(t)=(t,|t|)$가 $\mathbb{R}$에서 매끄러운 매개변수화인지 판정하라.
- 타원 $x^2/a^2+y^2/b^2=1$의 매개변수화 $\gamma(t)=(a\cos t,b\sin t)$의 접벡터를 구하고, $a\neq b$일 때 속력이 일정하지 않음을 보여라.
힌트 / 정답
- $\dot\gamma(t)=(1,2t,3t^2)$. 첫 성분이 항상 $1\neq0$이므로 $\dot\gamma(t)\neq 0$ — 모든 $t$에서 정칙.
- $\dot{\tilde\gamma}(t)=(-3\sin 3t,3\cos 3t)=3\dot\gamma(3t)$ — 같은 단위원을 세 배 빠른 속력으로, 같은 방향으로 세 바퀴 돈다. 이미지는 같지만 "운동"이 다르므로 매개변수화된 곡선으로서는 다른 대상.
- $\dot\gamma(t)=(3t^2,2t)$, $\dot\gamma(0)=(0,0)$ — 특이점. $y=t^2\ge0$이고 $x=t^3$은 부호가 $t$를 따라가므로, 원점에서 곡선이 $y$축 방향으로 뾰족하게 꺾이는 첨점(累乘 $x^2=y^3$ 모양, 즉 반삼차포물선).
- $\nabla f=(3x^2,-2y)$, 원점에서 $(0,0)$ — 특이점이므로 음함수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x^3=y^2$는 원점에서 첨점을 갖는다.
- 가능하다 — 직선이 아니더라도 접벡터의 방향만 일정하고 크기가 변하는 경우는 직선이 된다는 명제와 모순이 아닌가? 사실 방향이 일정(부호 무관, 즉 $\dot\gamma(t)=f(t)\mathbf v$, $f$는 부호를 바꿀 수 있는 스칼라함수)이면 이미지는 여전히 한 직선 위에 있다 — 방향만 일정해도 이미지는 직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직선이 아닌" 매끄러운 곡선이라면 방향이 일정할 수 없다.
- 아니다. $|t|$는 $t=0$에서 미분 불가능하므로 $\gamma$는 매끄럽지 않다(애초에 $C^\infty$의 정의 요건을 만족하지 않는다).
- $\dot\gamma(t)=(-a\sin t,b\cos t)$, $\|\dot\gamma(t)\|^2=a^2\sin^2t+b^2\cos^2t$. $a\neq b$이면 이 값이 $t$에 따라 변하므로(예: $t=0$에서 $b$, $t=\pi/2$에서 $a$) 등속이 아니다.
관련 개념
- 호장과 재매개화 — 접벡터의 크기를 적분해 길이를 재고, 단위속력 매개변수를 고르는 법
- 곡률과 비틀림 — 접벡터의 변화율로 정의되는 국소 불변량
- 곡선의 대역적 성질 — 자기교차·전체 곡률 등 전역적 성질
- tangent vectors and vector fields — O'Neill의 점-벡터 쌍 관점으로 같은 개념을 재정식화
- 곡면과 곡면 조각 — 곡면 위의 곡선으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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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소개 — Pressley §1.1 Def. 1.1.1 — "A parametrized curve in $\mathbb{R}^n$ is a map $\gamma:(\alpha,\beta)\to\mathbb{R}^n$, for some $\alpha,\beta$ with $-\infty\le\alpha<\beta\le\inf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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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소개 — Pressley §1.1 — "a curve is a set of points, namely $C=\{(x,y)\in\mathbb{R}^2\mid f(x,y)=c\}$" vs. "a curve is viewed as the path traced out by a moving poi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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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소개 — Pressley §1.5 Thm. 1.5.1–1.5.2 [synthesis] — under the hypothesis that $\partial f/\partial x,\partial f/\partial y$ are not both zero on the level set, a regular parametrization exists locally, and conversely a regular parametrized curve lies on such a level cur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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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소개 — Pressley §1.1 Ex. 1.1.2 — "the parametrization of a given level curve is not unique" (three parametrizations of $y=x^2$ giv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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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소개 — Pressley §1.1 Def. 1.1.5 — "its first derivative $\dot\gamma(t)$ is called the tangent vector of $\gamma$ at the point $\gamma(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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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소개 — Pressley §1.1 Prop. 1.1.6 — "If the tangent vector of a parametrized curve is constant, the image of the curve is (part of) a straight l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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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소개 — Pressley §1.1 Ex. 1.1.7 — the limaçon has a self-intersection at the origin where $\dot\gamma$ takes different values for $t=2\pi/3$ and $t=4\pi/3$. ↩↩